본문 바로가기

이슈 리포트

치매정책 진단 1 - 네덜란드 호그백 마을, 좋은 사례일까?

노인복지와 관련된 어느 전문가라도 치매정책을 얘기할 때 꼭 언급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호그백(Hogeweyk) 마을이 그 사례입니다.

 

호그백 마을은 2009년 간호사 이본 반 아메롱겐(Yvonne van Amerongen)의 아이디어와 중앙정부 및 지역기관의 협조로 만들어진 마을입니다. 네덜란드 베스프 마을 북쪽에 있죠.

치매노인도 자유롭게 생활하고 활동하며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출발이었습니다.

 

치매는 국가가 책임진다’ 슬로건으로 치매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에서도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호그백 마을에는 2019년 현재 152명의 치매노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마을형 요양시설로서 23개 거주구역으로 나누어 6~8명이 함께 거주하죠.

 

 

Photo by  Cristina Gottardi  on  Unsplash

호그백 마을 거주 자격은?

 

이 마을은 환자의 증상을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단계별로 나누었을 때 5~7등급에 해당하는 중증환자에게 거주자격이 주어집니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CCTV와 250여 명의 훈련된 직원이 마을 주민으로 상주하고 있죠. 이들은 간호사, 돌봄 제공자이며, 평상복을 입고 요리, 목욕, 투약처방 등을 지원합니다. 덕분에 주민들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슈퍼마켓과 미용실 등을 이용합니다.

 

치매 노인에게 최대의 프라이버시와 독립성을 제공하고, 인근에 거리, 광장, 안뜰 및 공원, 레스토랑, 카페 극장 등의 다양한 시설이 있어 기존의 의료적 접근에서 벗어나 사회적 접근으로 관점을 변경했다는 점이 특징이죠.

 

 

Photo by  Steven HWG  on  Unsplash

그렇다면 호그백 마을의 비용은 얼마일까?

 

마을에 거주하는 치매노인은 월 500유로~2500유로(약 65만 원~320만 원)를 부담합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금액을 부담하죠.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네덜란드 전체 인구의 23%인 66세 이상 노인은 모두 노령연금 받습니다. 네덜란드에 50년 이상 거주하거나 소득 활동을 한 노인라면 부부는 각각 814유로(105만 원) 노인 1인은 월 1180유로(약 152만 원)를 받기에 개인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죠.

참고로 네덜란드는 OECD 국가 중 복지 수준이 4위인 나라로 노인 빈곤율이 1.4%에 불과합니다.

 

호그백 마을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들은 거주 전보다 약물 복용량이나 공격성이 감소한 반면, 식사량이나 상대적 수명 또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마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에 개원한 서울요양원이 대기인원만 1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네요.

 

규모가 클 뿐, 그 역시 "입소시설"이라는 단점

 

그런데 치매정책과 관련된 일을 오랫동안 하신 분들은 이런 호그백 마을 역시 규모가 클 뿐, "그 역시 입소시설"이라고 얘기합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점, 가족과 친구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점은 다른 입소시설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죠

 

살던 동네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우리 정책도 그러한 의미에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치매 노인들에게 평화롭고 안락한 삶이 지속되도록 정책 개발은 계속되어야 하겠습니다.